성희롱예방교육…과태료 엄포 후 불법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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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성희롱예방교육…과태료 엄포 후 불법영업 올해부터 예방교육 의무화…무료교육 빙자 업체들 난립

기사입력2014-10-27 00:00

개인회사를 운영 중인 A씨는 얼마 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 됐으니 교육을 받으라”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전문 강사가 회사를 방문해 1시간 동안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막상 강의가 시작되니 성희롱 예방교육은 잠시, 대부분의 시간을 금융상품 영업으로 채웠다. A씨는 “바쁜 와중에 어렵게 시간을 냈는데 불쾌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올해부터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이를 악용한 상품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서 연 1회 한시간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규직 임직원은 물론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모든 근로자에게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노리는 업자들이다. 이들은 중소 사업장에 전화를 걸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며 경각심을 준 다음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 강사들이 방문해 무료강의를 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말한다. 진짜 무료가 맞느냐고 물으면 자사 홍보도 약간 곁들인다고 덧붙인다. A씨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대충 넘어가고 금융상품 홍보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빙자한 상품판매업체 현황을 발표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계열 KDB생명 여의도엘엔에스 ▲성희롱예방교육센타 ▲한국성희롱예방센터 ▲한국강사교육원 ▲성폭력유괴납치예방교육본부 ▲한국기업능률진흥원 ▲성폭력예방센터 ▲SP CS교육연구소 ▲아름다운 성교육 문화연구소(성폭력 예방본부) ▲SR기업교육문화원 ▲성폭력예방교육본부 ▲한국기업교육원 ▲에듀온교육원 ▲가온에듀센터 ▲성희롱예방교육센터 중소기업교육지원팀 ▲신한금융그룹 서울기업금융센터 ▲사회복지 성폭력 예방교육센터 ▲성희롱예방교육센터 ▲기업 성희롱예방교육 지원센터 ▲한국강사교육원 등이 무자격 업체로 발각됐다.

성희롱 무료교육을 빙자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교육에 ‘재테크 안내 포함’이라는 문구를 넣거나 국책은행 계열 보험사 이름을 내건 뒤 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A씨 회사에 상품판매를 왔던 회사의 홍보물을 보면 국책은행 계열 ○○○생명 △△금융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금융센터는 ○○○생명과 제휴를 맺은 법인보험대리점이었다. 교육과 상품판매를 했던 담당자를 취재해본 결과 자신도 연락을 받고 간 것일 뿐 ○○○생명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방문판매업자등의 신고 등)와 제11조(금지행위)에 따르면 방문판매업자는 상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5월 성희롱 예방교육을 빙자한 금융상품 판매에 주의하라는 팝업창을 띄우는 등 안내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법적인 상품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주겠다는 업체들과 관련해 사업주로부터 문의 전화가 와서 법적인 사항에 대해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자체 교육이 원칙이다. 반드시 전문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으며 사업장에서 연 1시간 이상 교육을 실시한 뒤 내부 근거자료로 보존만 하면 된다. 자체 교육 자료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www.moel.go.kr)의 ‘정보공개-자주 찾는 자료실’ 란에서 ‘성희롱’으로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사업주가 자체 교육을 실시할 여력이 없는 경우 고용노동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노동부 지방관서에서 무료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30인 이상 사업장도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60여 개 위탁기관을 통해 유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공식 위탁기관은 관할 지방관서 근로개선지도과 담당감독관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