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플랑크톤’으로 휘발유와 항공유 만든다

프린트

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미역·플랑크톤’으로 휘발유와 항공유 만든다 생산성 높고 활용도 다양한 에너지원…바이오에너지 가공비가 문제

기사입력2016-11-17 14:19

지난 4일 발효된 UN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이상을 차지하는 195개국이 참여해 지구 대기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아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도 파리협정 당사국으로 참여한 이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보급해야 한다. 기존연료를 대신할 대체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활용 가능성이 크고 환경오염이 적다고 평가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생물체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에너지다.

바이오에너지란 태양광을 이용해 광합성 되는 유기물(주로 식물)과 유기물을 소비해 생성되는 모든 바이오매스(biomass)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바이오매스란 에너지를 발생하는 생물체를 총칭하는 것으로, 농·축·임산폐기물과 생활쓰레기 중 썩을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된다. 예컨대 짚단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을 수 있는데, 이때 짚단은 바이오매스이고 에탄올은 바이오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가 오랜 시간을 거쳐 탄화작용에 의해 생겨나는 것과 달리, 바이오에너지는 비교적 단기간에 생성되기 때문에 에너지로 쓰일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적다. 또 지구상에 생물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 과정만 잘 거치면 환경보호는 물론 새로운 대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원료인 바이오매스와 최종 에너지의 형태가 고체 액체 기체 등 다양하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도 여럿 있다. 그래서 바이오매스 사용이나 바이오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이 필요한 만큼 그 수요는 폭증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기술로드맵 2016~2018’은 세계 바이오에너지 시장이 2013년 1459억달러에서 2018년 2043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35년까지 바이오에너지수요가 10억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산화탄소 발생량 적고 석유 대체가능 ‘액체’ 바이오에너지

바이오에너지는 고체 액체 기체 형태가 있다. 고체(나무, 작물, 동물 배설물 등)의 경우 현재 OECD국가의 바이오에너지 가운데 80%를 차지하나, 에너지효율이 낮고 상업적 활용사례도 드물다. 기체는 에너지효율이 높지만 폐기물매립지 등에서 생산됨에 따라 지속적인 공급이 어렵다. 따라서 사탕수수, 옥수수, 팜유 등의 식물로부터 추출하는 액체 바이오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재 수송용 에너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어 유망하다.

액체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알코올로 구분한다. 바이오디젤은 동식물의 지방 또는 재생유지가 원료이며, 알콜 또는 수소와 반응시켜 만들어진 경유 대체 연료다. 바이오알코올은 사탕수수 등 당질계, 옥수수, 밀전분, 카사바 등 전분질계, 나무, 풀 등 목질계가 원료이며 생물학적 발효방식으로 생산한 에탄올을 의미한다.

1970~1980년대 브라질, 미국, EU 등이 바이오에너지를 도입한 후 세계 각국은 2000년대 중반 고유가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연료를 장려해왔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바이오연료의 실증(생산가능 증명) 및 상업플랜트는 64개다.

그러나 생산원가가 높아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은 떨어진다. 바이오디젤의 생산원가는 일반 경유의 2배 수준이다. 경유 생산원가가 리터당 100원이라면 바이오디젤은 200원인 셈이다. 각국 정부에서 바이오연료와 화석연료의 가격 차이만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재정부담이 늘어나자 이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생산성 높고 활용이 다양한 에너지원 미세조류

가격경쟁력을 갖춘 바이오매스 자원으로는 미세조류가 있다. 곡물이나 팜유 대신 해조류나 미세조류로부터 기름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미역, 우뭇가사리 등 대형해조류와 식물성플랑크톤, 클로렐라와 같은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얻어내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세조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교적 생산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세조류는 몸 전체의 50%가 기름으로 돼 있어 연간 1만㎡ 당 최대 9만8500L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원료 중 가장 효율이 높다는 팜유보다 16배 이상 높다. 또 생산공정에 따라 휘발유와 성능이 거의 비슷한 바이오부탄올이나 높은 고도와 낮은 온도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공유를 만들 수도 있다. 생산성도 높고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를 주목하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평지씨 콩 등 다른 바이오연료와 비교하면, 대량생산에 필요한 토지량이 가장 적고 재배와 공정에 필요한 물 또한 적게 소비한다.

또 세포분열을 통해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이오연료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나 사탕수수는 단기간에 생산량이 2배씩 증가할 수 없지만, 단세포인 미세조류는 수온과 영양분 등 주변 환경이 맞기만 하면 빠르게 분열하면서 하루에도 몇 배씩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서의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미세조류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곡물원료의 경우 ‘사람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연료를 만든다’는 논란이 있고 또 식품 가격상승이 우려되지만, 이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바닷물, 호수, 폐수 등 거의 모든 물에서 자라 수질정화 효과를 부수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세조류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그 어느 바이오에너지보다 적합한 원료인 셈이다.

바이오연료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때, 미세조류는 분명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러나 생산된 미세조류를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곡물로 만든 대표적 바이오연료인 에탄올의 경우 추출과정에 여러 공정이 있지만, 과정 자체에 어려운 작업은 없다. 하지만 미세조류가 만든 원료를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로 가공하는 일은 적지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기술로드맵은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산업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바이오에너지 부품산업과 플랜트 설비 등 바이오에너지 공급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