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신고한 ‘을’…공정위 조사중 절반이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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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갑질 신고한 ‘을’…공정위 조사중 절반이 폐업 김상조 공정위 출범 1년…갑을개혁 ‘글쎄’, 재벌개혁 ‘미흡’

기사입력2018-06-22 10:5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의 늑장행정을 경계해야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정위가 접수한 가맹사업분야 신고 및 민원 37건중 처리완료된 24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412일에 달한다. 일부 사건의 경우 2013년 10월 신고가 접수됐지만, 지난해 7월까지도 조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 그사이 신고인 4명중 2명이 폐업해 구제기회를 잃었다.”

사건처리 평균 일수 412일…그 기간동안 4명중 2명 폐업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21일 공동주최한 ‘공정위 행정개혁 평가 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의 말이다.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할 당시 가맹점주에게 이미 피해가 발생했고 또 계속되고 있음에도, 공정위의 늑장 대응으로 가맹점주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했다는 얘기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공정위 행정개혁 평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늑장행정은 가맹사업뿐 아니라 하도급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서치원 변호사는 “2016년 3월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현대중공업 하도급업체로부터 접수한 사건은 2017년 공정위 본청으로, 2018년 5월 부산사무소로 이관됐다. 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부산사무소 조사관은 신고인에게 초동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며 “해당업체는 현재 폐업한 상태”라고 질타했다.

공정위의 늑장행정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 서 변호사는 공정위 조직과 인원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하도급불공정행위 감독조직은 2개과에 불과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대형조선소 하도급불공정 신고사건이 폭주해 공정위내 관련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조직과 인력부족을 자인했다”고 말했다.

늑장행정 넘어 신고취하 종용까지

늑장행정 이외 공정위의 구태의연한 소극적행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불공정행위를 처벌해야할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당사자에게 신고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가 부당한 단가인하, 하도급대금 미지급, 서면미교부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자, 공정위는 약 1년 경과후 신고업체에 취하요청과 함께 재신고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신고내용중 부당한 단가인하와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분은 빼고, 서면미교부에 한정해 재신고 절차를 밟으라는 요구다.

이어 서 변호사는 “재신고한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해 올해 1월 서면미교부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에 약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행위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피해구제를 호소했지만, 정작 신고한 하도급업체에겐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위는 피해구제기관이 아니다?

서 변호사는 “공정위는 피해구제기관이 아니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사자 권리구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취하를 종용하고, 손쉽게 조사할 수 있는 서면미교부만 재신고 받아 처리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인력보강과 조직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이동원 총괄과장은 “공정위는 모든 사건을 처리할 의무를 진다. 게다가 민사사건과 공정거래 사건이 섞여있다. 일일이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반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사건처리가 늦어진다. 인력보강 확대는 타당하다. 조직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인력충원은 행정부 소관인 만큼 공정위 의지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늑장행정, 소극적행정이란 비판에 대해 공정위는 신고처리 방식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원 총괄과장은 “개별신고건에 대한 단편적 처리에서 벗어나 신고된 업체의 행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며 “과거 5년간 15회이상 신고된 업체는 지방사무소가 아닌 본부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업종별로 문제가 많은 2~3개 업체를 집중 조사한다.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는 자진시정을 유도하되, 자진시정 미흡업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조사한다. 조치를 마무리한 후에는 회사별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 법위반행위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갑을개혁에 집중했다지만…갑을개혁 ‘글쎄’, 재벌개혁 ‘미흡’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정위가 갑을개혁에 주력하는 반면 재벌개혁은 기업자율에 맡긴 탓에 성과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근 변호사는 “김상조 공정위는 갑을개혁에 주력했다. 재벌개혁은 자율개혁 수준에서 어느정도 성과가 있지만, 많은 부분을 입법과제로 돌리고 재벌개혁에 대한 행정적 노력은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법무부 등 개혁에 소극적인 부처에 대해 재벌개혁 행정과 입법노력을 촉구하고 협력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갑을개혁 역시 만족할 수준은 아니란 지적도 했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법이나 가맹사업법 등 일부에서 제도개혁이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 정부 국정과제에 호응한 재벌그룹이나 한국프렌차이즈협회 등의 자율적인 상생방안이나 자율 정화노력을 통해 갑을개혁이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재벌그룹이나 프렌차이즈 본사의 상생노력이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 상생교섭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중소기업단체나 가맹점주단체, 대리점주단체 등의 조직력과 교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는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