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 문제는 형평성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 문제는 형평성 정부·재계 인상 반대 목소리 내려면 잘못된 것부터 바로 잡아야

기사입력2015-02-26 17: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2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법인세 인상과 관련 “현 상황에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며 “인근 나라에서도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상황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지난 10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재선임된 허창수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를 낮춰야지, 올리면 되겠느냐”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은 “세계적 추세가 (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대한민국만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툭하면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금이 인상되면 투자와 고용이 줄 것이라며, 엄포아닌 엄포를 해온 대기업 그리고 이에 맞장구를 쳐 온 정부이기에 이러한 발언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인상에 반대한다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 인상·인하 논란에 앞서 현행 법인세가 공정하고 형평성이 있는가 꼭 짚고 싶다.

먼저 정부와 재계는 반대 이유로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 평균들의 세제개편 동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12개국이 최고세율을 내렸지만 반면 8개국은 인상했다. 법인세를 낮춘 국가도 많지만, 올린 나라도 적지 않고 또 그대로 유지한 국가가 있음을 감안하면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2014년 OECD 34개국 평균 최고세율은 25.3%다. 우리나라는 22%(명목세율)로 이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와함께 우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 25%의 세율을 3%포인트 대폭 낮췄지만, OECD 34개국은 2009년 평균 25.7%에서 0.4%포인트 내렸을 뿐이다. 따라서 주장처럼 ‘세계적 추세’를 따르려면 우리는 하락폭도 컸고 평균보다 세율이 낮으니 오히려 법인세를 올려야 하는게 맞다.

이 보다 수차례 지적해 온 형평성 문제다. 정부가 연구개발과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다양한 공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이 선뜻 투자할 수 없는 분야이다 보니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실효세율은 실제 22%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이처럼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감면 축소 등 형평에 어긋난 정책부터 바르게 고치라고 목소리를 내는게 옳다. 그래야 대(大)기업 아닌가.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줄이면 투자와 고용을 기업이 늘릴 것이라며 감세 정책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가 어떠한가. 일자리와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늘지 않았고 정부가 발표했듯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만 증가했다. 정부와 재계가 법인세 인상 반대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