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했다면 손배 청구

프린트

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했다면 손배 청구 임대차 종료 3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 주선하고 권리금 계약하면 돼

기사입력2017-09-14 19:3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경리단길이나 성수동 등 최근 이슈가 됐던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서 다툼이 되는 대상은 치솟는 임대료말고도 권리금 또한 만만치 않다. 점포를 빌린 임차인의 노력으로 그 지역의 가치가 올랐는데, 계약종료시 임차인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높아진 가치만큼 올라간 보증금과 더 많은 임대료를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챙길 수 있다. 건물과 지역의 가치는 임차인이 올렸는데, 그에 따른 이득은 임대인만 보는 셈이다.

1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설명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중기이코노미

법무법인 신광의 최길림 변호사는 1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설명회에서 “임대인은 계약기간 동안 세를 준것 밖에 없고, 임차인이 열심히 해서 건물이나 지역의 가치를 높여놨다면, 그 이득을 임대인에게 주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기존에는 임대인이 계약기간만 채워준다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명분이 없었지만, 지난 2015년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은 지난 2015년 5월13일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시행당시 존속중인 상가임대차계약부터 적용된다. 다만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대규모 전통시장 등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 일부는 제외된다. 또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인 경우에도 개정된 상가임대차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의 경우 많은 점포들이 분포돼 있다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해당상가들의 영업상 노력이나 결과로 인해 얻어진 이득의 경우 보호범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대규모 전통시장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이에 대해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권리금 회수 권리 부여

상가임대차법에 명시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은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하고, 신규임차인과 권리금계약을 맺음으로써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권리금 회수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시까지다. 계약갱신을 하지 않기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했고, 올해 12월1일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9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권리금 계약서는 법으로 정해진 양식은 없지만,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표준권리금계약서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규임차인을 찾았다고 권리금 회수를 위한 임차인의 의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임차인은 신규임차인의 보증금 및 차임지급 자력 등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에 대한 정보를 임대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법무법인 신광의 최길림 변호사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 사이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상담건수의 58.5%가 권리금 관련 상담일 정도로, 권리금 관련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설명회 후 최 변호사에게 질문하기 위해 모여든 참석자들. ©중기이코노미

또한 임차인은 신규임차인과 권리금계약을 따로 맺어야 한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정보제공의무 범위에 대해 신규임차인과 임대인의 만남을 주선만 해도 정보제공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 판례가 있다”고 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임대인이 방해하면 법위반이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의 방해금지 행위로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주하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신규임차인에게 상가건물에 대한 조세, 공과금 등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을 주변 상가건물에 비춰 현저히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행위와 그 밖의 정당한 사유없이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 규정돼 있다.

최 변호사는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요구하는 현저히 높은 고액의 보증금과 차임의 수준은 주변 상가건물의 40% 이상이란 판례가 있다”며 “임대인이 10년동안 차임을 올리지 않고 있다가, 10년후 50% 인상을 요구해도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면 현저하게 높은 차임을 요구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인도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신규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임대인이 방해금지의무를 위반했다면, 임차인은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손해액의 상한선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중 낮은 금액이다. 수거가 불가능한 공사비용과 무형재산 평가액은 손해액에 포함되지만, 임차인이 쉽게 수거할 수 있는 동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청구를 해야하며, 3년이 넘어서면 청구권이 소멸한다.

한편,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임차인이 연체횟수에 관계없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예를들어 월차임이 100만원이고 연체한 차임액이 매달 55만원씩 6개월을 연체했다면, 3기 차임액이 300만원을 넘어(330만원) 임대인은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반면 10만원씩 6개월 연체했다면 임대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

차임액 연체외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는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에도 임대인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또 ▲임대인이 임차인과 합의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없이 목적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임차인이 임차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임차인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돼 임대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목적 건물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을 할 경우다.

여기서 철거 또는 재건축의 필요성은 건물이 노후·훼손 등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법령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여야 한다. 이때 임대인은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