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심 산업진흥정책에 中企보호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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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대기업중심 산업진흥정책에 中企보호 ‘엇박자’ “중소기업 관련 규정은 분리 입법화하고, 지자체가 업무 수행해야”

기사입력2019-01-02 05: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 중심의 산업진흥 정책과 공정경쟁 관련 법제도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규정을 분리해 입법화해야 실효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규모도 천차만별이고 다양한 산업에 분포돼 있는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해 행정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유통산업에 진출해야 산업이 발전하는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부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진흥 관련법 내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진흥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입법적으로 부조화하고 행정적으로도 관할 관청이 관련 행정을 방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관할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을 유통산업에 진출시켜 신속하게 유통산업을 선진화시키는 것을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복합쇼핑몰·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점의 진출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심야영업시간 규제’나 ‘의무휴업일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중소유통상인 보호·육성 규정을 분리해, ‘중소유통상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등으로 별도 입법해야 실효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경우에도 여전히 프랜차이즈 본사를 진출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부회장은 “23만여개의 가맹점이 진출해있고 관련 종사자만 70만명에 달하는 가맹사업 분야는 외식 프랜차이즈 등 많은 업종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맹산업 내에서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불공정행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구매협동조합, 소셜프랜차이즈 등의 규정을 포함함으로써 가맹점주들 사이의 협업 그리고 본사와 가맹점단체의 상생방안을 활성화하는 내용으로 진화할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가맹사업의 포화상태로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던 1980년대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맹점주들과 공동 물류구매협동조합을 만들어 물류비용을 낮춤으로써 상생방안을 찾았던 것은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같은 노력을 통해 맥도널드, 버거킹, 도미노피자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中企 상생방안 별도 입법화하고, 중기부가 주도

하도급법, 가맹사업법과 같은 공정경쟁법 체계 내에 있는 대·중소기업간 상생방안 역시 분리해 별도로 입법화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행정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현행 하도급법 제16조의2는 원자재가격 인상이나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납품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이 조항의 경우,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주된 행정으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말해 중소기업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그 단체간의 집단교섭을 활성화하는 행정은 오히려 중기부 행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결국 중기부는 하도급법이 공정위의 소관이라는 이유로, 또 공정위는 중소기업 단체의 지원이나 훈련 등은 공정위의 소관행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 관련 제도 활성화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법의 경우도 제14조에 상생교섭 등을 강조하는 유형의 법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와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행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업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이에 소극적이다.

“업종별 세부행정은 지방정부가 맡는 게 바람직”

중소기업의 보호와 지원에 대한 행정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보다는 다른 행정기관과 복합적으로 결합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중소기업 관련 행정을 지방행정기관으로 이전하는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70~1980년대 조선·전자·자동차·통신 등 몇개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과점체제를 형성해 해당 산업을 육성하던 방식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는데, 현재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에는 맞지 않는다. 또 유통·소프트웨어·물류·관광·외식업 등 중소상공인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종에도 이같은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업종별 세부정책이 필요하고, 중소기업 사업전환이나 직업교육 등 여러 분야의 행정이 복합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업종별 세부행정과 보호와 지원, 사업전환 등의 복합행정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 보다는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상가임대차 관련 분쟁도 젠트리피케이션 등 도시과밀화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임대료 인상빈도나 규모 등도 중소도시와 대도시 사이에 차이가 크다. 결국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의 임대료 협상지원, 분쟁 조정, 젠트리피케이션 심화지역 임대료 안정화 정책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권한의 상당부분을 지자체에 이전하거나 공유하는 행정개혁이 있어야 한다.

가맹점·대리점·유통업·하도급 등과 각각 관련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수가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지역과 생활에 밀착돼 있고, 이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 조사와 감독은 공정위의 행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