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로 삼성바이오 檢 수사 속도 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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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이재용 판결로 삼성바이오 檢 수사 속도 낼듯” 삼성바이오 회계조작, 승계작업 일환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

기사입력2019-08-30 18:5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의 경영권 승계 사실 인정”

참여연대가 30일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발표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의 경영권 승계 사실이 인정되면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통해 주식가치를 부풀렸다는 삼성바이오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그룹 차원의 개입, 즉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을 추정하게 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기환송심에서 양형판단을 할 때 삼성바이오 회계조작 사실이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의 노종화 변호사는 “박근혜·최서원 판결에 비춰볼 때, 1심 판결과 달리 대통령의 직접적인 권한행사를 통해 이재용이나 삼성그룹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조작 등과 관련해서 보면, 회사에 결코 이익이 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끼쳤으며, 또한 주주들에게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양형판단시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30일 참여연대가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과실에 의한 분식회계라는 주장은 설득력 잃게 됐다”

2심(원심)과 대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크게 엇갈린 지점이 바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승계작업 존재 여부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과실에 의한 것인가, 고의로 한 것인가가 논란이 돼 왔는데, 삼성그룹의 조직적 작업이 있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만큼 과실에 의한 분식회계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사건의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그런 것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정경유착의 범죄가 아니라 직권남용 과정에서 재벌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의 본질을 재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안의 해결을 요구하고 뇌물을 제공했던 정경유착의 범죄임을 확인”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적인 자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과 같은 삼성 계열사의 주요 기업들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을 승계작업으로 보고, 이를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작업이 있었고, 이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승계작업의 실체가 인정된 이상, 승계작업 과정에서 조직적 판단에 따라 삼성바이오 회계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보다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경유착 근절·국정농단 예방…“재벌개혁 반드시 진행”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이름은 전경련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전경련이 돈을 모아서 그걸 권력에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 것이냐에 대해 판단이 되지 않았고, 관계자들이 처벌받지도 않았으며, 전경련 해체 등의 주장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익재단을 만들어 서민금융지원이나 복지사업·체육과 문화 등 공익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살아있는 권력의 요구로 재단을 만들어서 후원금을 모금하고 권력에 전달하는 범죄”와 정상적인 공익재단 후원을 어떻게 구분할지 기준을 세우지도 못했고, 이런 유형의 정경유착 범죄에 대해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종화 변호사 역시 “전경련이란 단체가 중간배달부처럼 청와대의 요구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박근혜 정부도 그렇게 쉽게 모든 재벌들에게 ‘얼마씩 부담해’, 이렇게 거리낌없이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난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재벌개혁이 반드시 진행돼야한다. 나아가 전경련과 같은 단체가 정경유착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도 근절해야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