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파워포인트 디자인 엑셀…대신 해준다고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워드 파워포인트 디자인 엑셀…대신 해준다고 AI가 사무작업 ‘MS 365 코파일럿’…노동시장 지각 변동 예고

기사입력2023-04-10 11:00

흔히 사무직 노동자라고 하면 ‘각종 자료를 정리하거나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서류 작업을 누군가가 자동으로 해 주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서류 작업을 도맡아 해주는 시대가 됐다.

지난 3월16일(현지 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와 함께하는 일의 미래(The Future of Work with AI)’ 행사에서 ‘MS 365 코파일럿(Copilot)’을 공개했다. 코파일럿은 인간의 업무를 도와주는 AI 비서다. 최근 오픈AI의 생성형 AI인 ‘GPT-4’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데, GPT-4가 MS의 사무용 오피스 앱에 탑재된 것이 바로 코파일럿이다. MS 365 코파일럿은 ‘인간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어떠한 서비스이길래 이토록 관심이 뜨거울까.

무엇이든 명령하세요, 어떤 서류든 척척 만들어 드립니다

최근 ‘생성형 AI’가 대세다. 생성형 AI란 말 그대로 인간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AI가 원하는 것을 척척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생성형 AI는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작곡할 만큼 고도화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는 단어만 입력하면 동영상을 제작하는 서비스도 나올 예정이다. 생성형 AI의 영역은 콘텐츠 제작에만 그치지 않았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접목해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대신 만들어주는 능력까지 갖췄는데, 바로 MS 365 코파일럿이다.

현재 MS 코파일럿은 소수의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는 단계에 있으며 아직 개인에게는 오픈되지 않았다. 다만 정식으로 사용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MS 365 코파일럿의 기능을 살펴봤다.

워드에서는 코파일럿이 사용자를 대신해 글을 작성, 편집, 요약해 준다. 예를 들어 “신제품 소개 원고를 써 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코파일럿이 자동으로 작성해 준다. 파워포인트에서는 사용자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원하는 분량에 맞춰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며, PPT 디자인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척척 바꿔준다. 엑셀에서는 코파일럿에게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중요한 정보만 정리해 달라고 명령을 내리면, 즉시 결과를 내놓는다. 시장 트렌드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팀즈로 회의하면 코파일럿이 업무 미팅의 주요 논의사항을 요약해 준다. 이를 바탕으로 문서 작성까지 해주며,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자동 변환까지 해 준다. 아웃룩에서는 코파일럿이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 준다. 기존 사무직 노동자들이 해온 일들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코파일럿을 발표하며 “우리는 컴퓨팅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으며,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 증대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코파일럿은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서류 작업을 대신해주고, 사용자의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페이퍼 워크로부터 해방…중요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MS오피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사무용 오피스 소프트웨어인 만큼, 코파일럿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코파일럿은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서류 작업을 대신해주고, 사용자의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사무직 노동자들은 보고나 제안을 위한 각종 문서 작업에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이제는 문서를 만드는 일은 코파일럿에게 맡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수백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일일이 다 읽으며 시간을 쏟기보다는, 코파일럿에게 요약해 달라고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판매전략을 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사용자는 코파일럿이 만든 초안을 검수하고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고, 노동자는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취업준비생들은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MOS 자격증 등 사무용 프로그램을 다루는 자격증을 취득해 왔는데, 이제는 이런 자격증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셈이다. 향후에는 코파일럿처럼 AI 모델을 탑재한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을 시험하는 자격증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코파일럿이 마냥 완벽한 것은 아니다. 챗GPT가 종종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코파일럿의 답변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코파일럿이 제공하는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직원이 정확하게 검토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즉 인간 직원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죠?…경력직 선호 현상 가속화 우려

단순 사무작업에 소요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효율적이다. 다만, 인간 직원에게 요구하는 성과의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맡는 인턴이나 신입사원들의 일자리는 다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신입사원은 처음부터 고도화된 업무를 하기도 어렵고, 중요한 전략을 짜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신입사원들이 비교적 간단한 사무 업무를 처리하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력사원이 신입사원에게 간단한 업무를 맡기며 코치하는 대신, 코파일럿에 서류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빠르고 비용 절감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취업시장에서는 경력직 선호 현상이 이어져 왔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코파일럿(Copilot)의 뜻은 ‘부조종사’다. 이제 사람이 아닌 AI가 부조종사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조종사(경력자)라 하더라도 AI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향후에는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컴퓨터가 업무에 도입됐을 때, 컴퓨터를 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과 같은 변화가 온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육체 노동자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AI 시대에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도 있을 것이며,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업무 영역도 남아 있을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되 소외 없도록 살피는 것이 AI 시대의 과제

일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요즘,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이제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일자리를 구하거나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고 미래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다루는 역량을 익히거나, AI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를 찾아 기회를 창출하거나,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능력을 쌓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 내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코파일럿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같이 AI가 할 수 없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인간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사회 역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고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AI를 습득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기술의 변화에 소외되는 디지털 약자가 없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