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준비해야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대북제재 완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준비해야 향후 북미관계 전망, 일괄타결 목적으로 초기 이행조치 합의하는 형태

기사입력2019-03-19 19:3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무역협회가 19일 개최한 ‘新한반도 체제와 남북경협 포럼’에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부총장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의 원인은 비핵화의 개념·방식에 대한 북미 양국의 현격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문재인 대통령의 ‘신한반도 체제 구상’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라 초기부터 삐꺽거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가 늘 급변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완화·해제 수준에 맞는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19일 개최한 ‘新한반도 체제와 남북경협 포럼’에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부총장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은 비핵화 개념·방식에 대한 북미 양국의 현격한 인식차이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추진과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이 충돌했다는 진단이다.

양 부총장에 따르면, 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의 모든 핵무기 생산시설 폐기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유엔 제재 결의안 5개 중 민생분야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 대가로 유엔제재 5개 결의안 모두에 대한 전면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유엔제재 5개 결의안 전면해제를 위해서는 영변+α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회담 결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small-deal’보다는 ‘no-deal’을 택했다. 트럼프의 갑작스런 대북전략 전환에는 미국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 부총장은 “북한이 제재문제를 들고 나오고, 더욱이 제재완화에 목을 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전략적 오류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제재완화를 요구하면 할수록 미국은 제재의 유효성에 더욱 더 확신을 가지게 되고, 제재문제를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란 견해다.

“일괄타결 목적으로 초기 이행조치 합의하는 형태될 것”

그럼에도 이번 하노이 회담의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부총장은 북한과 미국 모두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확인했던 기회였다고 진단했다. 또 북미 모두 대화 계속 방침을 밝히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북미 간에 타협점을 찾는다면, 일괄타결을 목적으로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양 부총장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협상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으며,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북미협상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으며, 김정은 시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북미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해제가 필수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 또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하는 입장이다.

양 부총장은 “미국은 북한에게 제재해제를 원한다면 일괄타결에 응하라고 말하고 회담장을 나간 셈”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대응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해제에 따른 남북경협 시나리오에 대비

향후 남북경협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변수는 북핵 협상결과에 따른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해제 시점 및 범위·수준이다. 양 부총장은 대북 제재의 완화·해제에 따른 남북경협의 여건 변화를 4단계에 나눠 제시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1단계 제재 완화·해제=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부터 2397호까지 5개 결의안을 해제하는 안이다. 이 경우 2016년 3월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가 가능해, 기존에 추진 중이던 모든 남북경협사업과 리스크가 적은 소규모 신규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위탁가공교역, 일반물자교역, 북한 내륙지역 소규모투자, 북한 내수시장을 겨냥한 소규모 사업도 가능하다.

◇2단계 제재 완화·해제=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국제금융기구 원조금지를 철회하는 안이다. 북한의 개혁개방 미착수 리스크, 글로벌 스탠다드 미준수 리스크, 국제금융시장 차단 리스크 등이 해소된다. 전략물자 문제, 미국시장 판로문제에 구애받지 않는 투자사업이 가능하다. 이 경우 1단계 추진사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으며, 일부 경제개발구역에 소규모 공단도 조성할 수 있다. 유통, 식품, 건설 등 북한 내수시장을 겨냥한 중간규모 투자 역시 가능하다.

◇3단계 제재 완화·해제=미국이 수출관리령 제재를 완화·해제하고, 국제 전략물자 통제 체제를 완화·해제하는 안이다. 전략물자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대북 인프라 투자도 가능하다. 북한 내수시장, 미국 이외의 해외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설정 가능한 산업에 대한 대북투자도 할 수 있다. 수송, 에너지, 통신 인프라 투자와 철강, 화학, 기계, 일부 ICT 대규모 투자도 가능하다..

◇4단계 제재 완화·해제=미국이 북한에 대한 수입금지적 고관세를 완화·해제 함으로써 미국시장 판로문제가 해결된다. 미국시장 진출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대한 대북투자를 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산업에 대한 대북투자가 가능하다. 섬유의류, 가전, 자동차, ICT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할 수 있다.

양문수 부총장은 당분간 남북경협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흐름 속에서 향후 남북경협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암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양 부총장은 남북경협 재개의 출발점이 기존 경협사업이라면, 금강산사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기적으로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이 차례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